미국 일상 에세이

돈으로 고칠수 있는 문제는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닐수도 있다

톡톡소피 2023. 1. 12. 16:41

미국에선 사람이 직접 하는 서비스는 어마무시한 인건비가 붙는다.

간단한 접촉사고가 일어난 날 이후로, 차 dashboard에 이상이 생겨 차를 딜러에 맡겨서 고치는데, 예상 가격이 $3,000 이상이 나왔다. 차 사고가 난 이후로 일어난 문제는 맞지만, 원초적인 문제는 차 시스템에 원래부터 있던 결함의 문제였기 때문에 접촉사고를 일으킨 쪽에 배상청구를 할수도 없는 상황이였다. 어마무시한 가격에 놀라기도 했고, 억울하기도 한 마음에 남편에게 가격을 캡쳐해서 보내면서 "큰돈이 나간다. 너무 비싸다 ㅠㅠ" 라고 보냈다. 

그 말에 남편이 "돈으로 고칠수 있고, 큰일이 없어서 다행이다"라고 답장을 보내왔다.

남편의 말에 속상함이 풀리고 남편에게 "그말이 맞다. 그래도 지금까지 5년 이상 안전히 이 차를 잘 타왔으니 다행이긴하다.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라고 답장을 보냈다.

 

남편말이 맞다. 돈으로 고칠수 있는 문제는 어느정도 내에서는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아닐수도 있다. 

오히려 돈으로 고칠수 없거나 해결할수 없는 문제들이 더 심각한 문제들이다.

 

최근에 임신을 해서 NIPT라는 태아 유전검사를 했다. 태아의 DNA를 검사하여 유전적 위험성이 있는지 하는 검사인데, 이 검사 결과를 초조하게 일주일째 기다렸었다. 태아가 유전적 장애가 있다면, 그건 돈으로도 해결이 될수 없는 문제다. 

병원약사라는 특정 직업상 병원에 자주 드나드는 아픈 환자들을 자주 보게되는데, 어떤 환자들은 태어났을때부터 유전적으로 다양한 질병을 앓는다. 태어나서 채 4살도 안됬는데 암에 걸린 소아 환자들도 꽤 있다. 이 환자들은 태어난 건강적 조건으로 인하여, 그 어린 나이에 거의 매달마다 병원을 드나드며 갖가지 항암약을 투여받는다. 그 외에도 소아 뇌전증 병동에 있는 소아 환자들 중에서도 몇달마다 발작을 일으켜 병원에 자주 드나드는 환자들이 있다. 아무리 비싸고 새로나온 약을 써도 아픈 경우도 있다.

그런 돈으로 해결할수 없는, 돈으로 살수 없는, 이런 문제들이 수두룩한 세상인데, 돈으로 (그것도 어느정도 소액의 돈으로) 해결이 가능한 문제를 두고 골머리를 앓기보단, 돈으로 해결할수 있는 상황을 감사하는 시선으로 바라볼수 있다면 조금 덜 무거운 마음으로 살수 있지 않을까.

 

그 외에 돈으로 살수 없는 것중 제일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건 사람의 마음이다. 직업이나 개인적인 성취는 자신이 혼자 노력해서도 이룰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돈으로 구매할수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연애와 결혼은 두 사람의 마음이 맞아야 가능하다. 혼자서만의 노력으론 불가능하다. 아무리 꾸미고, 아무리 돈이 많고 잘났어도, 상대가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연애나 결혼이 성립될수 없다. 

가끔 남편을 보며, 우리 둘다 부족한게 있지만 이 넓은 세상에서 나와 평생을 함께할 짝궁을 찾은게 신기하고 감사할때가 있다. 돈으로 살수 없는 귀하고 귀한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건, 다른 돈으로 살수 있는 (그리고 돈으로 해결이 되는) 것들과 비교할수 없는 가치가 있다. 이렇게 돈으로 살수 없는 것을 이루거나 얻을때 더 감사하고 더 행복을 그 안에서 찾으려고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