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상 에세이

연말은 누군가에겐 외로운 시간일수도...

톡톡소피 2021. 12. 20. 18:49

벌써 2021년도 12월의 반이 넘게 지나갔습니다. 올해에 남은 날을 세면 열손가락으로 셀수있을 정도이지요.

연말이 되면 많은 회사가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을 기준으로 많이들 휴가를 가집니다. 다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서 시간도 보내고, 식사도 함께하고, 여행도 다니고 그러는 시즌인것만 같습니다.

인스타그램을 열어보면 온통 여행 사진, 음식 사진, 친구들과 연말 파티를 하는 사진, 가족들과의 사진... 사람들의 다양한 소셜 활동을 볼수있습니다.

저는 나름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다른 사람들이 행복하게 연말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 부러운 날도 있더라고요. 특히나, 제가 일하는 주말에 누군가가 따듯한 날씨를 찾아서 여행을 다니고 친구들끼리 모여서 연말 파티를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일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집니다. 저부터라도 이렇게 느끼는데, 정신적으로 힘드신 분들은 얼마나 더 생각이 많아질까요?

 

아직도 기억합니다. 제가 처음 병원 근무할때 야간 근무 약사로 시작했거든요. 

세상은 카운트다운으로 신나고 새해가 됬다고 좋아하고 있는데, 저는 자살시도를 하다가 실려온 응급환자들의 약을 검사하고 있었지요. 처음엔 한 두명인가 싶었는데, 더 있었어요.

연말과 새해가 되면 밤과 새벽에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자살시도를 하거나 술을 잔뜩 먹고 쓰러져서 실려온 환자들이 꽤 있었어요.

자살시도를 하다가 응급 치료 후에 살아난 환자들, 자살시도를 할까 고민하다 병원 응급실로 찾아온 환자들, 외로운 마음에 우울증 약을 처방받으려고 응급실로 찾아온 환자들, 술을 왕창 부어마시고 정신을 잃고 실려온 환자들... 환자들의 노트를 읽으면서 제 마음은 참 안좋았답니다 (의사 선생님이 쓴 환자의 노트를 보면 보통 그 환자가 왜 병원에 어떤 이유로 왔는지, 그리고 어떤 약이 어떤 진료를 위해서 필요한지 알수있습니다).

빨리 의료진의 노트를 읽고 필요한 약품이 올바르게 처방됬는지 검사해야하는데, 자꾸 환자 노트에서 읽었던 내용이 떠오르고 마음이 아파서 집중하기가 어려웠어요.

누군가에게는 신나고 사랑이 넘치는 연말이지만, 누군가에겐 그만큼 더 외롭게 느껴지는 연말도 있다는걸 그때 좀 느꼈던것 같습니다. 다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행복하게 보내고 있는데 나만 행복하지 않으면 그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질수도 있겠죠. 그런 감정들이 모이고 섞여서 우울증으로 다가오거나 자살시도가 될수도 있고요.

또 하나 제가 일하면서 봤던 패턴은, 새 가을학기가 시작하면 학우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왕따를 당하는 학생들이 응급실에 자살시도나 우울증 악화로 자주 보인다는 점이에요. 새학기가 누군가에겐 다들 방학동안 못봤던 친구들을 만나고 그동안 못떨은 수다를 catch up하는 그런 즐거움을 주는반면, 누군가에겐 새로운 교실에서 새로운 친구들 만나고 사겨야하는 부담감과 고립감을 줄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에 자신의 사진과 생각 등을 자주 올려요. 아무래도 우리 다 어쩔수 없이 행복하고 즐거운 기억들을 올리다보니, 인스타그램 포스트만 모아두면 온세상 사람들이 다 여행만 다니고 놀러만 다니면서 사는것 같이 보일수도 있어요.

외로운 누군가를 인식해서 이런 소위 '자랑'? 포스트를 안올릴려고 하는것도 마음처럼 쉽지 않죠. 그리고 꼭 그럴 배려를 해야하나 싶긴해요.

그치만, 연말은 누군가에겐 외로운 시간이 될수도 있다는걸 생각해보고, 주변에 그런 사람들을 챙겨주려고 노력해보면 좋을것 같아요. 

혼자 사는 사람들, 코로나 판데믹 때문에 이번 연말에 가족과 못 보내는 사람들, 가족과 친구들이 없는 사람들, 최근에 생긴 안좋은 일 때문에 연말의 기분을 도저히 만끽 할수 없는 사람들...

그런 분들의 입장에서 마음을 한번쯤은 생각해봐도 좋을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