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상 에세이

약사와 치과의사의 입장차이

톡톡소피 2022. 1. 17. 13:28

안녕하세요. 미국 병원 약사 톡톡 소피입니다.

며칠전에 약대시절 후배들과 몇년만에 7명이 모여서 한창 수다를 떨은적이 있습니다. 저녁시간에 모여서 네시간 정도 수다를 떨었는데요, 아무래도 온통 약사들이다 보니 신나게 일 얘기를 많이 했던것 같네요.

이렇게 동종업종에서 일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서로의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되지요. 저는 학생때 CVS 약국에서 테크니션으로 2년반 정도 일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리테일 약국이 바쁜지, 약사들이 점심 시간도 없이 하루종일 서서 일하는지 옆에서 지켜봤었죠. 일년에 약사들이 앉아서 제대로 점심 식사를 한 날은 다섯손가락에 꼽을정도로 적었습니다. 특히나 약사보조들이나 약사들이 오랜시간 환자들 약 billing 문제로 골머리를 않고 전화기앞에서 삼십분 통화하고 기다리는 모습을 많이 보곤 했었습니다.

약사의 입장
최근에 신랑과의 에피소드입니다. 신랑이 저에게 잔소리를 들은 날이였죠. 이야기는 대략 이렇습니다.


소피: 약국에서 약 픽업해 온다면서 조금 시간이 걸리네?

신랑: 응. 처방전 낸지 20~30분이 넘었는데 오래걸리네.

소피: 보통 적어도 15~20분은 걸려. 근데 왜그러지?

신랑: 아, 인슈런스 문제가 있데. 매디칼 인슈런스 카드 줬는데, 처방전 인슈런스 정보가 없어서 오래걸린데.

소피: 당연한거아냐? 약국에 갔으면 처방전 인슈런스 카드를 냈어야지. 그거 왜 안가져갔어?

신랑: 못찾아서, 메디칼 인슈런스 카드 주고 약국 스태프 한테 인슈런스 회사에 전화해서 알아봐달라고 했어.

소피: 그걸 왜 약국 스태프들한테 부탁해??? 그 사람들도 엄청 바쁜데, 그건 자기가 직접 전화해서 알아봐야지! 나 전에 약국에서 일하면서 그런 환자들이 정말 짜증나더라. 자기 인포는 자기가 직접 전화해서 알아볼수 있는건데, 안그래도 바쁜 약국 스태프들한테 왜 그걸 떠맡겨???!!!

신랑: 미안해. 몰랐네. 아무생각 없기도 하고 귀찮아서.

소피: 귀찮아서? Don't be THAT customer to pharmacy staff. 내가 거기 약국 약사였다고 생각해봐. 다음엔 그러지마.

신랑: 알겠어. 미안해. 생각 못했어.




제 신랑은 치과의사 입니다. 신랑과 같이 살면서 알게된건데, 치과 의사분들도 어떤날은 제대로된 여유있는 점심 식사도 못하면서 점심 시간에도 밀린 환자를 보느라 바쁘다는 겁니다.

치과마다 다르지만, 보통 라스트미닛에 (하루전이나 당일에) 예약을 취소하는 환자들이 많아서 보통은 치과 의사 스케줄에 overbook 을 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치과의사가 한시간 내에 볼수있는 환자의 수는 몇명인데 그 중에 한두명은 캔슬 할수 있으니, 그 수보다 더 많이 스케줄을 잡아놓죠. 그런데 모든 환자들이 예약 시간에 맞춰서 오던가, 혹은 그중에 한두명이 늦게 오게되면, 스케줄이 하루종일 꼬이게 되는것이죠.

모두가 온다고 했던 예약 시간에 맞춰서 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면 overbook을 할 필요도 없을텐데요.

치과 의사의 입장
소피: 오늘은 점심 먹을 시간이 없었어? 도시락도 싸줬는데, 그냥 다시 들고 왔네?

신랑: 응. 점심 시간에 환자 봤어.

소피: 왜? 프론트데스크에서 환자 많이 스케줄링 해놨어?
신랑: 아침 환자가 30분 늦게와서 하루종일 스케줄이 밀렸어.

소피: 이런... 그 환자 때문에 하루종일 스케줄도 밀리고, 점심 먹을 시간도 없다니, 속상하네. 그 환자 늦으면 환자한테 페널티가 있어야하는거아니야?

신랑: 치과 클리닉 측에선 환자 유지를 위해서 어떻게 페널티를 매기긴 어렵지. 기분 나쁘게 얘기해도 그 환자를 잃으니까, 그렇게 말할수도 없고. 그치만 돌려서 다음엔 시간 잘 지켜달라고 나이스하게 말씀드렸지.

소피: 참 치과의사 입장도 어렵네. 그러고 보면 나도 전에 자기가 나보고 치과 예약시간에 맞춰서 미리 가라고 잔소리 하던게 좀 이해가 가긴한다. 생각해보니까 죄송하네.

신랑: 그러게. 앞으론 시간 약속 맞춰서 가.

소피: 그럴게. 나때문에 피해드리면 안되지.


이렇게 신랑과 살게 되면서 알게된 (그리고 신랑이 저와 같이 살게 되면서 알게된) 약사와 치과의사의 입장 차이랍니다. 이건 단면적인 저희의 example이지만, 저희 가족중에서 누군가가 어떤 일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그 직업군의 사람을 대할때 그 고충을 우리가 알고 대하잖아요.


친구가 담당을 맡고 있는 리테일 약국에서 하루 반 커버하면서 제가 느꼈던 점은, 어떤 환자분들은 약사들을 대할때 너무 무례하게 대하시더라고요. 전화 통화시 환자분이 운전하시고 계셔서 환자분 이름이 잘 안들려서 다시 여쭤봤는데, 화를 내신다던가... 다짜고짜 전화해서 약 픽업갈테니 5분안에 준비해달라고 하시던가... 자신의 가족이 약사였다면 절대로 그렇게 까진 무례하게 하지 않으실텐데요.

하여튼, 이렇게 저희 약사와 치과의사의 입장차이를 적어보았습니다.

어딜가던 다른 분들에게 피해가 되는 고객이 되지 맙시다. 영어 표현중에도 karma라고도 있잖아요~ What goes around comes around라고, 한국 속담으론 뿌린대로 거둔다와 비슷한 표현이에요~

어느 누군가도 다른 누군가의 가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