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 다닐 시절, 미국 약대 마지막 6학년은 일년 내내 병원 약국이나 일반 약국에서 실습을 하면서 보낸다.
우리 약대 전교 1등과 같이 응급실 실습을 한적이 있다.
가뜩이나 워낙 깐깐한 교수님 실습이기도 했는데, 전교1등과 같은 실습을 하다보니 내가 더 모자라게 보였다.
그 친구는 약과 갖가지 질병에 대해서 너무도 잘 알고있었고, 교수님이 내는 모든 pop quiz에 대한 답을 잘 알고있었다. 심지어 교수님과 갖가지 임상 실험 결과에 대해서 의논하기도 했다.
뭐 이런애가 다 있지. 하루는 그 친구에게 “너는 어떻게 그렇게 아는게 많아? 진짜 집에 가서도 공부를 얼마나 많이 하는거야?” 그랬더니, “그냥 시간 날때 취미가 임상실험 페이퍼 읽는거야~”라는 말에 아, 이건 따라잡을수 없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 치대 전교1등으로 졸업한 남편과 결혼 생활을 하다보면서 자기일을 좋아하는 사람을 못이기는구나 라고 점점 느낀다.
남편은 정말 자기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치과 의사다.
나는 내가 내 일을 엄청 좋아하지도 엄청 싫어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옆에서 남편을 보면 난 내 일을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은 아닌거같다.
남편의 인스타그램은 온통 이빨과 치료로 도배되어 있다.
남편의 취미는 유투브로 이빨 치료 영상보기, 인스타그램에 이빨 치료 영상보기이다.
남편의 하루일과는 8시간 환자를 보고 와서, 한두시간 정도 환자 차트를 꼼꼼하게 기록하고, 다음날 볼 환자의 치료를 위해 미리 스케줄을 훑어보고, 그 치료에 관해 더 찾아보고 비슷한 케이스 영상을 찾아보고, 자기전엔 침대에 누워서 치료 영상을 본다. 주말에는 더 배우고 싶어서 continuing education 코스를 알아서 찾아간다.
오죽하면 2주 신혼여행을 갔을때에도 빨리 치과로 돌아가서 환자들을 보고싶다고 했을 정도일까.
근데 그게 억지로 더 좋은 치과의사가 되려고 보는게 아니라, 그걸 배우는게 정말 재밌고 자신의 실력이 더 늘어나는걸 느끼며 거기서 뿌듯함이 와서 그렇단다.
간혹가다 치대 친구들끼리 만나는 자리가 있으면 여김없이 치료 얘기를 하고, 그동안 해왔던 치료 케이스를 공유한다. 그것도 즐겁게 시간가는줄 모르고!
정말 옆에서 전교1등의 생활을 지켜보며 자기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렇게 사는구나 싶다.
안테나가 온통 이빨로 가있고, 시키지 않아도 더 찾아보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왜 자기계발 책들을 보면 좋아하면서 잘하는 일을 찾으라고 하는지 이해가간다.
나는 내 일이 그냥 그렇지만, 계속 내가 좋아하는 일이 나올때까지 시도하고 열심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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