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상 에세이

미국 잡 서칭 (Job Searching) 하면서 배운점들

톡톡소피 2021. 11. 30. 04:30

최근에 이직을 생각하면서 다양한 잡들에 관해서 검색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결론은 지금 일하는 병원에서 더 다양한 배울 기회가 와서 당장 이직을 하진 않으려고 합니다. 

한 달간 정도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 몇 시간이나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잡을 찾아보고 다양한 사람들과 얘기하던 시간을 보냈습니다. 결국은 당장 이직을 하진 않더라도 저에게 소중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잡 서칭에서 얻는 것들 + 배운 것들을 몇 가지 적어보려 합니다.

1. 같은 직종 내에서 어떤 다양한 직장들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평소엔 생각 못해보는 부분들을 알게 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다른 잡에서 요구하는 조건은 무엇인지, 어떤 일 스케줄을 요구하는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그 잡 요구조건에 들어맞지 않더라도 앞으로서부터 어떤 준비를 하면 원하는 잡에 어플라이 하고 기회가 있을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회사들에서 어떤 잡들이 있는지, 그 포지션에 도달하려면 어떤 경험들이나 다른 일 경험을 요구하는지 미리 알 수 있지요.

2. IndeedGlassdoor 등의 웹사이트를 보거나 다양한 사람들과 얘기를 하면서 내가 적당한 보수를 받는 것인지, 어떤 직종으로 가면 더 높은 보수와 괜찮은 라이프스타일을 가질 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같은 직장 내에서 동료들과도 보수 얘기를 거의 금기시하는데요. 그러다 보면 내가 받는 보수가 올바른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병원 약사로 일을 시작한 지 일 년 뒤에 들어온 약사가 저보다 더 높은 보수를 받는다는 것을 알고 회사 내 Human Resource (인사과)에 연락을 취해서 따져서 (?) 보수를 높여 받았고 그동안 덜 받았던 보수도 retro pay 받은 적이 있습니다. 같은 직장 내에서도 이렇게 차이가 나는데 다른 직장과는 또 다른 차이가 있을 수 있지요. 다양한 사람들과 얘기를 하고 인터넷 포럼 등을 찾아보면 생각지도 못한 정보를 알수있습니다.

3. 어떤 지역에서 어떤 잡들이 available 한지, 어떤 회사가 자주 고용하는지 (혹은 turnover rate가 빠른지), 그리고 어떤 degree 등을 가진 게 도움이 되는지 이런 트렌드를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잡 서치를 하면서 알게 된 점은, 똑같은 직업 혹은 포지션이라고 해도 북부 뉴저지나 뉴욕 시티에서 job requirement가 확실히 더 요구하는 게 다른 지역의 같은 포지션보다 많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research pharmacist라는 직업을 뉴욕이나 북부 뉴저지에서 하려면 몇 년의 oncology experience나 병원 경험 등 요구하는 게 훨씬 더 많은데, 남부나 센트럴 뉴저지 같은 경우는 더 요구하는 게 훨씬 적습니다. 아무래도 시티에서 더 suburb로 들어가면 경쟁이 덜 심하지요. 그래서 예랑과 상의해서 진지하게 센트럴 저지로 이사 가는 옵션에 대해서도 얘기해보고 있답니다. 그 외에도 요즘엔 월그린에서 sign up bonus 등을 많이 주고 약사를 구하는데, 요즘 구인난 때문에 그런 건 아닌가 흘러가는 트렌드를 알 수 있지요. 

또한 전에 안보이던 새로운 포지션 등이 보이면 '아 이런 잡들이 새로 생겨나는구나. 이런 잡들을 도전해 보려면 이런 educational background와 이런 경험이 중요하네'라고 알아갈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요즘 인포마틱 informatics pharmacist에 대한 수요가 병원이나 헬스 스타트업 그리고 보험 회사에서 있는 것을 보고 새로 온라인으로 Masters in Health Informatics 석사 공부에 도전을 했고 온라인 certificate 수업도 등록했습니다.

4. 내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커리어를 어떤 방향으로 틀지 혹은 더 집중할지 알 수가 있습니다. 잡 서칭을 몇 달간 하면서 많은 분들이 굉장히 스트레스받아합니다. 감사하게도 저는 이미 일하고 있어서 그런지 당장 새로운 잡으로 이직할 이유는 없어서 없는 여유 부려가며 잡 서칭을 했는데도 꽤 스트레스받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런 기회가 아니었으면 지금 제 상황과 제 자신의 준비 상태를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바라볼 시간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잡 서칭 하면서 괭장히 humbling 한 경험이었습니다. 수많은 잡 어플리칸트 중에서도 내가 평범하단 걸 알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고, 그만큼 그곳에서 튀려면 어떻게 더 준비를 해야 할지 고민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은 너무 늦기 전에 미리 하는 게 더 낫겠죠? 

5. 내 현재 상황을 따져가며 현재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지금 일하는 병원이 약사로서는 첫 직장이라서 제 보수나 일 컨디션을 비교할 곳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요즘 이직할 곳을 알아보고 고민한다고 친한 일 동료들에게 맘을 터놨더니, 저와 같이 일하는 다른 약사들 중 다른 병원이나 약국에서 일하고 온 사람들은 제가 일하는 병원의 약사 보수나 베네핏이 정말 좋고 일 강도도 이 정도면 바쁘지만 견딜만하다고 말해줬답니다.

그리고 저는 책상에 앉아서 객관적인 관점으로 제 현재 일의 장점과 단점을 적어보았답니다. 지금 현재의 위치로는 제가 원하는 점과 만족하는 점을 머리에 정리하고 제 병원 약국 슈퍼바이저를 찾아갔답니다. 큰 용기를 내고 기도 하고 얘기를 하러 가서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지요. 제가 이 병원에서 이런 이런 장점이 있어서 너무 좋은데 (보수도 좋고 위치도 가깝고 경험도 다양해서 좋은데) 스케줄이 너무 들쑥 날쑥이고 심지어 나보다 늦게 이 병원에서 일을 시작한 약사의 스케줄이 내 스케줄보다 좋은 게 말이 안 된다고 좋게 돌려서 항의(?)를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슈퍼바이저가 제 진지하면서도 근거 있는 항의점을 이해해주고 그거에 알맞은 행동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희 병원에서 항암약 다루는 법 (chemotherapeutic training) 트레이닝을 받고 싶다고도 말했습니다. 항암약 다루는 법을 큰 병원에서 배우고 경험을 쌓게 되면 레쥬메 경력상 좋기때문입니다. 다행히도 슈퍼바이저께서 제가 그동안 몇 년 동안 일해왔던 태도 등이 좋기 때문에 흔쾌히 오케이 하셨습니다. 큰 용기 내서 제가 원하는 걸 요구하는데 까지 몇 번의 고민을 했지만, 후회는 없답니다. 물론 제가 원하는 대로 되게도 했지만, 이걸 말 안 하고 마음속으로 끙끙 앓는 거보다는 제가 원하는걸 reasonable 한 상황 가운데 제시하고 나니 마음이 괭장히 편했답니다. 그렇게 말로 표현해야 매니지먼트도 경각심?을 세우고, '아 이 사람이 이런 걸 원하는구나. 원하는걸 여기서 못 이루면 다른 잡을 찾아보기도 하겠구나'라고 알 것 같습니다.

우리 아시안들은 조금은 passive 한 성격이 많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걸 내세우고 말하기보단, 자기가 속한 단체의 이익에 자신을 맞추는 그런 문화 속에서 자라나고 그렇게 참고 양보하며 살아가기를 교육받고 자라난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미국 직장 속에서 살아가면서 보니, 꼭 그렇게 겸손하고 꼭 기회가 오길 기다리기보단, 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요구하고 발언하는 사람들이 더 자기가 원하는 걸 취득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물론 그만큼 일처리도 확실히 잘해야겠지요. 참지만 말고, 부당한 것을 보면 용기 내어 그걸 잘 표현하는 것도 능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저도 그 부분에선 한참 부족하지만 이렇게 baby step을 내어보았네요. 

하여튼, 이렇게 제 최근 job searching 경험을 적어봅니다. 앞으로도 6개월 뒤에 1년 뒤에 이 직장에 남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번 잡 서칭 프로세스를 통해서, 새로 학사 공부도 시작하고 제 현재 직장에서 더 원하는 스케줄과 트레이닝의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직을 하지 않으면서 이곳에서 얻는 것이 무엇인지, 또한 놓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 또한 제 결정이니깐요). 여러분도 커리어 욕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혹은 커리어 욕심이 없어도 후회를 하고 싶지 않으시다면...) 이렇게 한번 잡 서치 해보시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경험도 좋을 것 같아요~ ^^ 그럼 다들 남은 2021년 연말 후회 없이 보내시기를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