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나이가 서른이다보니, 주변에서 슬슬 결혼식을 울리는데요. 한동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밀리고 미뤄졌던 결혼식들이 작년부터 있었고, 올해만 벌써 저희는 지인들의 5개의 웨딩이 2월부터 9월까지 스케줄 되어있답니다.
한국은 결혼식 1~2달 전에 청첩장을 전달한다고 하는데, 미국은 땅덩어리도 워낙 넓어서 멀리서 비행기를 타고 와야하는 손님도 있고, 웨딩 베뉴에 적어도 식 6개월전에서 2년전부터 예약을 하는 문화다보니, 가까운 지인들은 결혼식 6개월 전부터 save the date 카드를 돌리곤 하지요.
미국 결혼식 제일 핫한 성수기 시즌은 5월부터 10월 정도라고 하는데요. 요즘은 워낙 웨딩들이 많다보니까 거의 매달이 시즌인것 같네요.
미국 결혼식은 초대하는 신랑 신부도 그리고 초대받는 게스트도 정말 committment (약속 / 헌신)를 필요로 하는것 같아요.
신랑 신부는 멀리서 운전을 하거나 비행기를 타고와야할 손님들을 위해서 괜찮은 웨딩 베뉴를 찾아서 웨딩을 준비하는데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게다가 멀리서 오는 게스트들을 위해서 주변 호텔도 알아봐서 알려줘야하고요. 그 외에 웨딩을 참석하는 게스트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하여 DJ도 부르고, MC도 부르고, 웨딩 게임도 준비하기도 하지요. 그리고 웨딩 게스트들에게 정성 담긴 이쁘게 포장된 wedding favor도 준비합니다. 최근에 간 웨딩에서도 신랑 신부가 결혼식 준비를 앞두고 wedding favor로 줄려고 열심히 시간과 공을 들여 손수 캔들을 제작했다고 했어요.
다만 이 committment는 게스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웨딩을 참가하기 위해서 멀리 다른주로 방문해야하는 분들은 휴가 (PTO)를 며칠 써서 비행기표를 구입해서 가야하고요. 신랑 신부가 비행기표나 호텔비용을 내주는 경우도 있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되거나, 가까운 가족/친척이라면 그러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보통은 개인 부담을 해야하기 때문에 왠만큼 친하지 않으면 그 멀리 웨딩을 참석하러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웨딩날 자체도 보통 웨딩이 아무리 짧아도 3~4시간에서 6~8시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게스트 입장에서도 적어도 하루의 반나절을 내서 참가하는 것이에요. 그리고 한국보다는 미국의 웨딩 식비가 비싸기 때문에, 게스트도 적어도 인당 $100~300을 내고 결혼식을 가다보니까 경제적인 부분도 한몫 합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온지 얼마 안되신 분들이나, 아직 자기 웨딩을 직접 플랜해 보지 않았거나 혹은 주변에 가까운 사람이 웨딩을 안해본 경우에는, 이렇게 신랑 신부가 웨딩을 준비하면서 들어가는 비용이나 노력을 잘 모르는것 같더라고요.
최근에 갔던 결혼식에서 칵테일 아워가 끝나갈때 남아있던 place card (웨딩 당일날 초대받고 참가하기로 컨펌한 게스트들이 각자 자리를 찾아가기 위한 이름+테이블 넘버가 적힌 카드)를 봤는데, 작년에 결혼식을 울렸던 사람으로써 속이 부글 부글 끓더라고요 (초대를 받고 온다고 컨펌하고, 당일날 늦게 오거나 나타나지 않은 게스트들이겠죠. 미국은 보통 결혼식 일주일 전에 최종 게스트 숫자를 베뉴측에 알려주고 신랑 신부가 이미 사람당 식비 계산을 마친답니다). 저희도 작년 결혼식때 결혼식에 참가를 하지 못하는 게스트가 저희에게 직접 미리 연락을 하지 않고, 다른 친구에게 부탁해서 늦게 소식이 전해받은 경우가 있거든요.
저랑 신랑은 작년에 웨딩을 해서 그런지 결혼식에 참가하면 신랑 신부가 얼마나 정성과, 시간, 그리고 돈을 들여서 준비했는지 그 정성이 들어간 디테일들이 보이더라고요.
최근 웨딩에선 너무 웃겼던 일이 있었습니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게스트들 중에 저희 빼고 세 커플이 올해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는 입장이였는데, 결혼식 캔들 데코부터, 센터피스 꽃 타입과 촉감, 칵테일 아워 음식, 웨딩 순서, 웨딩 세레모니와 리셉션 음악에도 엄청 다들 집중해서 관찰하고 어떤식으로 결혼식 준비에 추가로 신경써야할지 고민하더라고요. 리셉션 식사중에는 결혼 준비 정보를 열심히 주고 받았고요. 작년 웨딩 경험자로써 노하우 및 조언도 전해주고 왔답니다.
이렇게 미국 웨딩은 초대하는 사람도 초대 받는 사람도 신경이 쓰이고 시간이나 물질적인 쓰임도 필요로 하지만, 그만큼 정말 친밀한 가족, 친구, 일 동료 등이 결혼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그 기쁨을 같이 누릴수 있어서 행복하답니다. 최근 웨딩에서도 신랑이 신부에게 읽어주는 wedding vow를 들으면서 눈물이 주르륵 비처럼 내렸습니다. 작년에 남편과 제가 서로를 위해서 읽어줄 wedding vow를 준비하면서 한참 울었던 생각이 나더라고요. 웨딩날 서로 울면 제 신부 메이크업이 지워질까봐 저희는 wedding vow를 읽고 듣는 연습을 결혼식 3주전부터 했었어요 (유별나지요). 처음 3번의 연습때는 제가 남편을 위해서 쓴 wedding vow의 첫줄인 "dear Justin" 이말 한마디에 남편이 눈물을 뚝뚝 흘려서 저까지 울음바다였답니다. 결국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나서도 저희 웨딩날 wedding vow를 읽으면서 저는 눈물이 그렇게 나더라고요. 저희 결혼식도 그랬는데 이게 임신 호르몬의 영향인지, 그렇게 다른 커플들의 웨딩에 참가해서 wedding vow를 들을때마다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만큼 그 새로 시작하는 커플 또한 얼마나 서로를 향한 마음이 뜨거운지 알기때문에 그 기쁨과 행복을 같이 공감하기때문인것 같아요.
하여튼, 게스트로서 미국 웨딩을 다녀오면 너무 체력적으로 힘들고 피곤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배는 엄청 부르고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고 오죠) 마음은 따듯하답니다. 올해 웨딩이 아직도 잔뜩 남았는데, 기쁘고 기대하는 마음이 가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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