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 남미 여행

파나마 의료선교의 현장

톡톡소피 2016. 3. 8. 15:28

어딜가나 third world countries들이 다들 그러듯이, 이곳 파나마 역시 메디칼 환경이 열악했다. 특히 우리가 들렸던 작은 야비자 마을에는 근방에 의사나 간호사 같은 메디칼 프로페셔널이 거주하고있지 않다. 병원도 약국도 전혀 찾아볼수 없다. 대 열명 남짓되는 우리 메디칼 선교팀은 제약회사에서 도네이션받은 (유통기한이 얼마남지않은) 약들을 이끌고 이곳 파나마에 도착했다. 마을 전체에 메디칼 팀이 온다는 소식이 퍼졌는지, 며칠동안 우리 클리닉에 엄청난 인파가 몰렸었고 심지어 옆마을에서 우리 메디컬팀의 진료를 받으려고 온 환자들도 넘쳐났다. 몇시간째 줄을 서서 기다리는 환자들과 한참이고 팔에 아기들을 안고 줄에서 기다리는 아기 엄마들을 보며 안쓰럽기도 하면서 더욱더 힘이났다.

이 작은 메디컬 팀 안에도, 소아과 의사, 치과의사, 성형외과 의사, 산부인과 의사, 그리고 간호사분들이 함께 하여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수있었다. 우리 팀중에 유일한 약순이(?)인 나로썬, 약에 대해서 카운셀링을 할수도 있었지만, 번역해주시는 발렌티어 분들이 부족했으므로 고등학교때 배워둔 스페니쉬를 쓸수있는 나로써 front desk lady의 역할을 자처했다. 마치 emergency room에 가면 보이는 triage nurse같은 역할이였다.


소아과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이신 권사님 부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눈을 뗄수 없었다. 아무래도 병원이나 클리닉이 없는 지역이다보니 하루종일 이곳저곳 아픈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들이 들락날락했다. 아픈곳이 딱히 없더라도 어떻게서든지 한번이라도 의사선생님을 보려고 아이들을 데리고온 부모들이 넘쳐났다. 소아과 의사 선생님 부부는 배를 타고 야비자 마을과 1-2시간정도 거리의 인디안 마을로 하루동안 들어가셔서 인디안 주민들에게 백신을 놔주시고 오셨다. 정부에서 백신을 공수해놔도, 의사나 간호사가 거주하는 지역이 아니라서 주사를 놔줄 메디컬 프로페셔널이 없어서 그동안 주민들이 백신을 받을수 없었다고 한다. 얼마나 안타까운 사실인가... 주사가 있어도, 주사를 놔줄 사람이 없어서 몇달째 백신을 못받는다는게 믿겨지지 않았다.


우리 메디칼 사역팀에는 안경팀도 포함되 있다. 워낙 눈이 부신 밝은 곳에 사시는 분들이기도 하고 연세로 눈이 침침하신 주민분들이 많다. 딱히 안경을 구할수도 없고, 눈을 검사해줄 안과 의사도 이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다. 이 사람들은 그냥 불편을 어쩔수없이 안고 살아간다.

사역을 앞두고 시력 검사하는 법을 배워간 안경 사역팀, 하루종일 환자들 시력검사 해주느라 정말 바쁘게 움직였다. 다행히 시력이 괜찮으신 분들에겐, 자외선에서 눈을 보호하라고 선글라스를 나눠드렸고, 시력이 안좋으신 분들에겐 안경과 눈 영양제를 나눠드렸다. 

도네이션 받은 안경들이라, 최신 유행 스타일이 아니고 한참 올드한 느낌의 스타일도 많았지만, 어느 물건보다도 주민들이 필요하던 물건이 아닐까? 

안경을 써보고 시력검사를 하면서 앞이 보인다고 환하게 웃는 주민들의 웃음 소리가 마음속에서 떠나지않는다. 


의사 선생님들이 약을 처방하면, 옆에 '약국 테이블'에서 간호사분들이 약을 나눠주셨다. 모든 환자들에겐 영양분을 챙기라고 multivitamin을 나눠줬다.

여기서 내가 이년반동안 약국에서 일한 경험과 고등학교때 삼년간 배워먹은 스페니쉬가 좀 쓰였다! CVS에서 pharmacy technician으로 일하면서 익힌 손놀림으로 완전 빠르게 밤세 약알을 세서 30일치로 나눠서 집락에 담았다. Multivitamin, tylenol, advil만 한 200-300 봉지정도 만들었다. 

그리고 약마다 하루에 몇알씩 몇번씩 먹는지를, 어떤식으로 먹는지 복용법을 스페니쉬로 적어두었고, 주민들에게 스페니쉬로 어떻게 알려줘야하는지 메디컬팀멤버들에게 가르쳐드렸다!


 나는 front desk/registration/triage 역할이였다. 매우 중요했던 역할이라고 자부한다.

고등학교때 배운 스페니쉬를 제일 유용하게 써먹었다. 환자 이름과 생일을 묻고, "Donde le duele"라고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고 증상에 따라 의사분의 전문 분야 테이블로 환자를 보냈다. 처음엔 못알아듣는 몸 부위도 있었는데, 점점 며칠이 지나고 300명 넘는 환자들 보다보니 척하면 척으로 (눈치가 늘었다) 알아듣기도 하였고 새로운 단어도 꽤 배웠다. 대부분 밭에서 농사짓고 햇볓아래 밖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대부분의 증상들은 body pain이였다. 

어깨도 쑤시고, 팔도 아픈 분들도 참 많았다. 근데 뒷얘기들어보니, 이곳 저곳 아프다고 더욱 과장해서 약을 어떻게라도 많이 받아서 약을 되팔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더라. 약을 싸두고 복용하던지 약을 되팔던지, 의도야 어떻든지, 우린 사람을 치료하고자 온 목적이기에, 환자들의 말을 최대한 고려해서 아프다는대로 의사분들이 약을 처방하셨다.

특히 인상 깊었던것은, 내 나이 또래의 여자 분들이 와서 증상을 얘기할때 abajo 라고 했는데, 처음엔 그게 뭔지 몰랐다. 생각해보니까 abajo가 아래라는 뜻인데... 자궁쪽이나 생식기 질환이 있어서 그런가 싶어 산부인과 의사선생님의 테이블로 보내드렸다. 미국은 오바마케어로 우리 나이또래의 여자분들이 피임약도 $0 copay를 받고 복용하기도 하고 정기적인 검사도 받고 클리닉에선 무료 HIV검사등 많은 서포트 들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생식기에 질환이 있어도 마음대로 의사도 보지 못하고 치료가 안된 내 나이또래의 여성들을 보면서 마음이 안좋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눈이나 피부가 간지럽다는 분들이 많았다. Iritado라고 irritating 하다는 표현은 영어랑 비슷해서 알아들을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lentes라고 말하시는 분들은 안경을 받아가고싶다는 말로 이해하고 시력검사 팀으로 보내드렸다.


 어린 애기를 데리고 온 수많은 부모중의 한분이다. 많은 어머님들이 애들을 데리고 와서 긴 줄에 오랫동안 서서 기다리셨다. 

따로 환자 침대도 없고, 진료실도 없지만 순간 교회 의자가 환자 침대가 됬다. 장소보다는 마음이 중요한게 아닐까?


 이곳은 '미니 약국'이다. 생각보다 생식기 질환이 있는 젊은 내 나이 또래의 여성분들이 있었는데 도네이션 받은 vaginal cream의 분량이 부족해서 정말 심한 증상인 환자에게만 골라서 나눠줘야해서 마음이 안좋았다. 마음 같아선 정말 종류별로 모든 필요한 약들은 최대한 많이 가져오고 싶었지만, 어쨋든 도네이션 받은거에 감사하며 우리의 약들을 받아간 주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건강해지기를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