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읽으면 너무 진지한 토픽일것만 같은데, 얼마안된 미국 약대 졸업생이며 newbie 약사로서 그냥 내가 겪은 경험담과 주변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몇가지 적어보고 싶다.
이제 5월에 졸업을 앞둔 약대생들이 이 글을 읽게 된다면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어주고 싶은데..... (잘 할수 있을까?)
지금 글을 쓰는 4월은 아무래도 이제 곧 졸업을 앞둔 약대생들이 제일 진로를 두고 고민을 하는 시기가 아닐까?
나도 작년에 졸업하기 전 마지막 1년동안 "So, do you know where you will be working?" "Did you get any job offer yet?" 혹은 "What's your career plan?" 이런 질문들을 정말 많이 들었다.
6년동안이나 학교를 다녔으니 이쯤이면 왠지 내 갈길을 알아야할것만 같은 부담감.
그치만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마음에서 오는 불안함.
이맘쯤이면 레지던시랑 펠로쉽을 하려는 약대생들은 이미 모든게 결정됬다.
처음 6개월동안은 아직 6학년 반이 남았고 다른 로테이션도 남아서 어느 진로를 가야할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Midyear에 가서 느끼는 생각에 따르겠다고도 많이 말했었는데, 마지막 6개월은
막상 내가 어디서 일을 하고싶은지 이쯤이면 알아야할것만 같았다. 졸업 하기 전에 잡 오퍼들이 lined up 되있어야 할거같은 부담감이 들었다.
다른 직종의 일이나 다른 전공이였다면 마지막 학년을 하고 있을때 적어도 봄쯤에 이런 저런 잡 오퍼를 받고 job contract까지 사인했을텐데, 우리 필드는 라이센스 없이는 좀 애매하다 (특히나 병원일).
나도 그렇고 내 주변 많은 친구들도 그렇고... 마지막 6학년때 실습을 통해서 내가 어느 방향으로 나가고싶은지 내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고 싶었는데, 그게 맘대로 안됬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내가 딱 이 길이다! 라고 결정을 내릴 정도로 로테이션을 다양하게 해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아무래도 잡 오프닝이 많은편인) 리테일로 무작정 뛰어들기엔 뭔가 다른 기회들을 놓칠것만 같았다.
-본론-
리테일은 리테일 나름대로 정말 바쁘지만 손님들과 대화를 섞고 desk job처럼 하루종일 앉아서 컴퓨터 스크린만 바라보는게 아니여서 좋았다. 물론 시간당 시작 pay도 좋고 (뉴저지에선 시작 임금이 시간당 $50-60쯤) 야근 없이 제 시간에 일을 마치면 일에 대해서 생각을 안해도 되는게 좋아 보였다. 개인적으로 내 첫 약사보조/테크니션 잡은 CVS에서 시작했다. 물론 엄청 바쁘긴 했지만 뭔가 rewarding한 일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정말 진상맞은 고객들도 있지만 간혹가다 약사의 말은 귀담아 듣고 약사의 일을 감사해주는 손님들도 있었다. 뭐 주변에서 리테일로 간 친구들은 보면 연휴때면 손님들이 감사하다고 초콜렛도 갔다주고 이리저리 감사표현을 하는걸 보면 아직도 가끔 부럽다.
롱텀케어(long-term care) 약국에서 테크니션 일도 해봤다. 롱텀케어 약국은 롱텀케어 facilities에 (group home이나 말그대로 간호인들이 같이 지내는 nursing homes) 지내는 환자들/손님들에게 약을 보내는 일을 한다. 아무래도 리테일처럼 손님들이 눈앞에서 대기하고 있는게 아니라서 조금 여유가 더 있었다. 내가 일하던 약국은 평일엔 매일 저녁 8시까지 열고, 저녁 8시까지 들어오는 오더를 다 준비하고 패키징 해서 배달원에게 주면 업무가 끝났다. 환자의 담당 의사들이 오더를 내리고 환자의 간호사들이 오더를 보내는 식이여서, 리테일처럼 어느 drug addict가 처방전을 위조해서 온다고 의심하지 않아도 되서 편했다. 그리고 새로운 약보다는 아무래도 chronic illness를 오래동안 앓고 있는 환자들이 많아서 가끔 들어오는 STAT 오더를 빼고는 꽤 비슷한 종류의 약들이 많았다.
정말 리테일이나 병원에 비해서 여유롭지만 아무래도 시간당 pay가 좀 약할수 밖에 없다. 나이 들어서 일하면 좋은곳일거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엄청 큰 도전은 없을거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5학년부터 나는 병원 약국에서 테크니션으로 일을 시작했다. 병원일은 아무래도 약사들이 학교에서 배운 클리니컬한 지식들을 그나마 좀 사용하는 곳 같아서 개인적인 발전에 도움이 될것같아 보였다. 그치만 아무래도 병원에서 일하다보니까 병원약사의 고충도 눈앞에 너무 선하게 보여서 망설여졌다. 응급환자들이 오는 곳이다 보니, 10분 20분만의 delay도 큰 문제가 되는 상황도 있다.
조금만 욕심을 내서 1-2년 레지던시를 하면 스테핑을 벗어날 기회도 있을것같고...
컨설팅이나 인더스트리 잡은 뭔가 새롭고 배우는것도 다양할거같고 사람들과 네트워킹 할 기회가 많은거같았다. 물론 job stability가 리테일이나 병원보다는 떨어지지만, quality of life (Mon-Fri 9AM-5PM같은 어메이징한 스케줄)가 너무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재택근무도 가능할게 아닌가. Fellowship에 도전하기에는 인더스트리에서 인턴쉽 경험이 없어서 고민도 됬고, Midyear에서 빡세게 인터뷰 준비하는 애들을 보면서 겁도 났다. 결국 이 진로로는 도전을 하지 않았다. 나란사람 네트워킹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뭔가 인더스트리에서 해야하는 자기 PR 혹은 눈치싸움이 겁이 났다고 할까나.
-결론-
이렇게 실제로 나 외에 많은 주변 친구들도 (극소수를 제외하곤) 진로를 두고 고민을 거듭했다.
물론 fellowship이나 residency를 생각하던 친구들은 조금더 빨리 준비해서 2-3월 사이쯤에 잡오퍼를 받았지만,
많은 친구들이
졸업 하기 한달 정도를 남기거나 졸업 후에 자기 자리를 서서히 잡아갔다.
(참고로 내가 살고 일하는 곳은 그렇게 job market이 over-saturated 됬다는 tri-state NY/NJ/CT 지역이다.)
아무래도 잡 마켓이 전처럼 여유롭지는 않다고 하지만 주변에서 보면 그래도 잡을 못찾아서 일을 못하는 친구는 본적이없다.
풀타임이 아니라면 파트타임이나 퍼디엠 (per-diem)으로 시작해서 여러군데를 동시에 일하는 친구들도 봤다.
항상 100퍼 만족할수있는 일은 없는것같다. 좀 hourly pay가 좋으면 엄청 바쁘다거나 위험 지역이다거나 혹은 엄청난 job experience가 이미 있어야하는 경우라던가 등등 이유가 있는거같고...
조금 여유롭고 인간적으로 chill 하게 일할수 있다 싶으면 pay가 아쉬울수밖에 없고...
어떤 잡을 선택하는지는 개인의 preference다.
나는 개인적으로 늘 항상 바쁜 약국에서 테크니션으로 일해와서 그런지 분주한 병원의 약사 직업이 너무 overwhelming하게 다가오진 않았다. 물론 직접 약사로서 일을 시작했을때 바쁨은 상상 이상이였지만...
이런 일에 안맞는 약사나 약사보조들은 일 트레이닝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 그만두기도 한다.
여튼 여튼! 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길게 늘어 놓은 이유는...
어떤 이유에서든지 미국 약대 졸업을 앞두고 혹은 졸업을 한후에 진로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면... 그런 고민의 과정이 당연하다는것. 그리고 남들도 많이 겪는다는점을 얘기하고 싶었다.
지금은 여유롭게 자리 잡아서 약사로서 돈을 잘 버는 선배들도 불과 몇년전에 고민하던 순간들이 다들 있었다는것.
그리고 하나 더하자면, 이건 내가 약사 일을 시작하고 느낀점인데... 시도를 안해보면 모른다는 점.
나는 제대로된 인더스트리 로테이션을 안해봐서 어떤지 잘 모른다. 그래서 내가 인더스트리에 적합할지, 그 일이 나에게 맞을지 잘 가늠이 안된다.
아직도 가끔, 6학년때 해볼까 말까 고민했던 pharmacy law rotation을 결국 안한게 후회가 된다 (우리 집에서 너무 멀었다).
리테일이 편해서 리테일에서 너무 오랜시간 10년 넘게 일한 약사분이 해주신 이야기인데, 인더스트리에 도전 하려면 일찍이 해보라고 한다. 자신은 그게 후회가 된다면서. 10년 이상 리테일에서 일하다가 인더스트리 잡을 알아보니 그 마켓을 뚫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리고 주변에서 듣는 얘기들로 보면... 첫 잡이 리테일이 될 가능성은 많지만 (아무래도 리테일에 제일 잡 오프닝이 많다 보니까) 어느 순간 리테일이 맞지 않다고 생각한 약사들이 몇년안에 인더스트리에 도전해도 때는 늦지 않았다는점!
Fellowship이 안되면 인생 끝이 아니라는점. 안하고도 인더스트리에 들어가는 약사들이 꽤 있다.
결국에...
나는 내 마지막 로테이션을 내가 테크니션으로 일하는 병원에서 하는 pediatric rotation으로 했다.
6학년의 마지막 한달은 월-금 9AM-5PM을 병동에서 로테이션하고 주말 토-일 3-11PM 약사보조로 일하면서 우리 병원에서 살았다시피 했다.
이런저런 별 고민을 하다가 "아휴, 이렇게 많은 시간을 여기서 보냈는데 버텼네. 여기서 일하면 그래도 첫 직장으로는 나쁘지 않겠다. 큰 병원이니까 레쥬메에는 좋겠네"라는 생각에 우리 병원 약국 디렉터에게 4월달에 찾아가 내 CV를 건냈다.
졸업후 라이센스가 나오기까지는 잡을 보장해줄수 없지만, 내가 이미 병원 시스템 (Epic이랑 Omnicell이랑 Talyst 사용법도 알고 workflow도 잘 아니까)에 익숙하니까 "We definitely prefer to hire from our technicians"이라고 했다. 그리고 졸업후 overnight 약사로 일을 시작했고 오버나잇을 1년 반 일했다.
업데이트
지금 2022년 기준, 같은 병원에서 아침 쉬프트 약사로 일하고 있다. 오랜 시간 같은 곳에서 일하다 보니 TPN, sterile IV compounding, 그리고 chemotherapeutic compounding 트레이닝을 받고 항암약 및 주사용/수액 오더를 검사하고 조제하는 약사로 일하고 있다. 그 외에 풀타임으로 일하며 온라인으로 health informatics 석사학위도 공부중이다.
[미국 약 이야기 & 약대 라이프/미국 약사가 알려주는 약 정보] - 미국 약사 진로 & 약사 취직하는 방법- 인맥, 이력서, 인터뷰 준비, Career Fair, 레지던시 (Reside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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