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멘토 (mentor)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 시절 커리어 관련해서 마땅한 멘토를 찾지 못해서 고민이었죠.
제가 다니던 약대에서는 멘토처럼 삼으라고 어떤 임상약사 교수님을 지정해 줬었는데, 3학년 때쯤 그분을 찾아뵈러 가서 너무 실망했었죠. 별로 대화가 통하지도 않았고, 저에게 전혀 관심도 없으셨고, 오히려 귀찮아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짧은 10분 정도의 어색한 미팅을 하고 나오며 다시는 찾아뵙기 어렵겠다 생각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분은 그다음 학기에 교수직을 그만두고 제약회사로 들어가셨죠. 나중에 저랑 같은 병원에 주말에 일을 하기도 했는데 저를 못 알아보는 건 기본이고요, 자기가 왜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적은 돈 받으면서 교수직을 했을까, 이 병원일은 왜 이렇게 바쁘냐고 하루 종일 불평만 늘어놓으셨죠.
다들 대학에선 좋은 멘토 하나쯤은 찾던데… 저도 저에게 필요한 멘토를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도 해봤습니다.
그러다가 대학교 4학년 가을학기에 약대 장학금 디너에 초대받아서 갔는데 거기에 어떤 남자 백인 교수님이 PharmD. MD. MBA 소지자라는 겁니다. 그 가을은 제가 바로 파나마로 의료선교를 여름에 다녀온 이후여서 제가 약사 진로를 두고 고민을 한창 하던 때였습니다. 의료선교를 다녀오고 나니 내가 의사나 안과의사가 되면 차라리 더 도움이 되는 역할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장학금 디너를 마친 후 그 교수님께 다짜고짜 찾아가서 제가 그 여름에 다녀왔던 의료선교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제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어떤 의료인이 되고 싶다고 나눴습니다. 교수님도 자신이 약대를 졸업하면서 다시 의대를 가게 된 이야기와 자신이 제약회사에서 25년간 일하면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에이즈나 항암약을 개발하게 되었는지 얘기하셨습니다. 정말 예상치 못했던 건, 저희가 왜 healthcare professional이 되려고 했는지 나누는 순간에 저랑 교수님 둘 다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만난 지 15분도 되지 않은, 전혀 모르던, 그리고 스펙이 엄청 화려하고 생전 수전 다 겪은 백인 남자 교수님이 저 같은 별거 아닌 약대생이 나눈 말에 울 거라곤 절대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 교수님과 삼십분 넘게 (디너를 마치고 다들 떠난 테이블에서) 커리어와 인생의 열정에 관한 얘기를 나눈게 인연이 되어 약대 생활 내내 그분은 저의 멘토가 되어주셨습니다.
제가 진로에 대해서 고민할 때에도, 제가 인턴쉽에 어플라이 할 때도, 약대 레지던시에 도전할까 고민할 때도, 약대 레지던시를 포기한다고 하였을 때에도 항상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를 격려하여 주셨었죠.
가끔씩 교수님 오피스에 귤 몇 개를 들고 찾아가거나 음료수 몇 잔이라도 사가기도 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소박한 뇌물? 도 교수님이 정말 감사히 받으셨었죠).
몇 달에 한 번씩 이메일을 주고받았었는데요, 교수님은 자주 이메일 끝에 인사를 “Stay positive and follow your dreams”라고 마치셨습니다.
그러다가 제 마지막 학년 때 실습 중엔 교수님이 담당하시는 elective 로테이션을 들었습니다. 교수님이 그땐 제약회사에서 25년간 일하시다가 academia (대학 교수직) 일을 막 시작하신 지 몇 년 안됬을때입니다. 교수님 로테이션은 특이했던 점이 제약회사 커리어나 각자의 커리어에 성공한 20명의 대단한 분들을 만나뵈거나 줌콜로 학생들이 준비한 질문으로 인터뷰하고 그분들의 조언을 듣고 배우는 시간이였습니다 (다들 직업이 CEO아니면, Vice President아니면 Director로 시작했었고 다들 PhD, JD, PharmD, MD, MBA 등 이름 뒤에 붙는 degree들이 기본 두개였습니다). 그땐 그게 귀한줄도 모르고 저희에겐 과분한 조언들이였는데 며칠전에 다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읽어보니 주옥같은 조언들이 잔뜩이였답니다. 그렇게 교수님께서도 처음엔 약대에서 일렉티브 실습을 가르치시더니, 어느해부턴 저희 의대에서 수업을 가르치시다가 몇년 후엔 저희 의대에 continuing education dean(학장)이 되셨답니다.
그렇게 저의 멘토는 저의 성공과 제가 행복하게 꿈을 이루는 걸 북돋아주셨고 실질적으로도 제게 추천서도 써주시면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렇게 제가 받은 게 많고 감사한데도… 지난 3년간 제 삶에 치여서 바빠서 연락 한번 제대로 드린 적이 없었답니다. 가끔씩 생각나면 아, 연락드려야지! 하다가 까먹고 또 너무 오랜만에 연락드리는 거 아닐까 고민도 했답니다.
그러다가 정말 오랜만에 용기를 내어 교수님께 Life Updates!라는 제목으로 긴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이메일을 보내자마자 시간이 되면 전화로 연락을 달라는 대답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제가 일하던 도중이라 다음 주 주중에 교수님이 시간 나실 때 연락을 하겠다고 하였죠.
장문의 이메일엔 제가 내년 결혼을 한다는 내용과 제 예비 신랑을 소개하는 글, 제가 졸업 후 지난 4년간 어떻게 지냈는지, 그리고 2년 전에 필리핀에 약사로써 의료선교를 갔던 이야기도 적어보았답니다.
한 이메일엔 쓸 내용이 정말 많았었죠. 제 예비신랑 데리고 한번 찾아뵈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제가 존경하는 대학 멘토에 대해서 써보았습니다. 멘토를 찾고 싶어 했지만 막상 전혀 예상 못했던 곳에서 찾게 되었던 점이 저도 놀랍습니다.
멘토는 일터에서 있을 수도 있고, 교회나 소셜 모임에서 있을수도 있고, 대학이나 학원에서 있을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클럽하우스, 유튜브, 페이스북 그룹, 그리고 헤이코리언 등의 곳에서도 찾을 수 있지요.
많은 학생들이 그리고 저처럼 young professional들이 이처럼 좋은 멘토를 찾게 되어 저처럼 고민의 순간을 맞게 될 때 조금 더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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