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직장인의 뉴저지 일상

29세 아홉수로써 버텨낸 2020년 한해를 돌아보며

톡톡소피 2021. 1. 1. 09:34

매년 12월 31일이 되면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것 같습니다.
어느새 정신 차려보니 20대 후반, 그것도 무시무시한 아홉수 29세의 나이가 되어있더라고요. 올해는 아홉수를 기념하고 무찌르기(?) 위하여 밸런타인데이에 92년도생 여자 친구들을 모아서 갈렌타인 (Girls' Valentines Day) 파티를 하기도 했습니다.

순조롭게 시작하던 2020년 한해가 지구 반대편 중국에서부터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 판데믹으로 인하여 확 격변할 줄은 3월까진 몰랐었죠. 그렇게 여행을 좋아하는 제가 (특히나 미국 밖으로 해외여행을 좋아하는 제가) 일-집-일-집 생활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이번 2020년도는 정말 어떤 의미로는 특이했던 한해 같네요. 2020년도는 어디 하나 여행간곳 없고, 어느 특별한 모임 없이 후딱 지나갔지만, 그래도 나름 올해를 의미 있게 보냈다고 자부합니다. 물론 저보다도 더 시간관리에 능한 분들도 수많겠지만, 저 또한 주어진 시간에 합당한 일 년을 보낸 것 같아 뿌듯합니다.

 

블로그 운영에서 얻은 것들!

우선은 4년전에 개설했던 이 블로그에 올해 구글 애드센스를 달은 것이 의미 깊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시험기간에는 왜 그렇게 잔 생각이 많아질까요? 그 시절 약대생이었던 저는 밤에 안 자고 블로그를 개설하고 싶다는 생각이 퍼득 들면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잠을 뒤척이다, 결국 잠에서 깨어 금쪽같은 시간을 들여 블로그를 개설하게 됩니다. 그때 제 아이디어는 여행 블로그를 개설하는 것이었습니다. 워낙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고, 여행을 계획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알아보고 준비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여행을 많이 갔다 오니까 주변에서 저에게 여행 가볼 곳이나 맛집 등을 물어보는 지인들이 많았습니다. 워낙 물어보는 친구들이 많다 보니까, 이럴 바에는 차라리 내가 여행 블로그를 열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여행 팁을 주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때는 막상 블로그를 열어서 내가 나누고자하는 지식도 나누고 겸사겸사 수입을 벌어들이고 싶다는 생각에 열었지만, 막상 이렇게 몇 년간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니 생각이 변한 점도 있습니다. 직장에서 일하면서 내는 성과는 온전히 내 성과가 아닌, 직장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과에 불과한데, 개인 블로그에 적는 제 생각은 온전히 제 것으로 남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블로그는 나만의 공간이라는 생각들이 저를 꾸준히 블로그를 운영하게 만드는 요소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아주 소액의 수입이라도 들어오니 뿌듯함과 성취감이 함께 오네요. 약대 졸업 후에는 이렇게 블로그의 방향을 살짝 넓혀서, 제 미국 생활과 약사로써의 지식을 나누는 공간으로 탈바꿈하였습니다. 제 전문지식을 도움이 필요한 분들께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게 참으로 의미 있습니다.

 

나에게 돈이란...

올해 제 관심은 돈에 몰려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저는 숨기지 않고 제 주위 사람들에게 제 관심사를 말합니다. 제 주위 사람들 사이에서 저는 '돈을 모으는데 꽤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 통합니다. 적어도 한 달에 한두 번씩은 월별 수입과 지출 정산을 엑셀로 관리했습니다. 작년에는 약사로 일하는 수입과 과외 부수입만 있었습니다. 올해는 약사로 버는 임금도 꽤 올라갔고, 그 외에도 프리랜스 블로그 일과 과외 일을 맡으면서 버는 부수입, 주식 투자에서 들어오는 배당과 이익,  저축계정에서 들어오는 이자, 투자계정에서 들어오는 이자, 401k 은퇴자금에서 벌어들인 이익 등 좋은 일들이 가득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수입과 이자가 들어오기 위해서 남들보다 꽤 많은 시간을 이자율이 높은 계정을 알아보거나 투자처를 알아보는데 쓰었습니다. 정신없는 주식시장 속에서 많은 유튜브 채널을 듣고 투자 관련 책을 읽으며 꾸준히 마음을 다스리며 투자를 하였고, 쓸데없는 지출은 줄였고, 꾸준히 투자와 돈에 관한 공부를 했습니다. 아직은 초짜이지만, 앞으로 10년, 20년, 30년, 40년 투자와 돈 관리 공부를 하면서 지식이 쌓일 것을 생각하면 미래가 기다려지네요. 10~20년 후에 제 money philosophy를 블로그에 쓸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다음 단계는 1~2년 내에 부동산 매매이고, 열심히 down payment를 모으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제가 투자와 저금에 몰두하다 보니, 제 남자 친구도 올해에는 영향을 받아서 돈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고 행동으로 옮겼답니다. 주변 친구들도 제 영향을 받아서 돈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있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보면 뿌듯하답니다. 

올해 저는 번 임금의 실수령액의 30%를 생활비로 지출하고, 나머지 70%는 저금 및 투자를 하고 더 이익을 벌여들였습니다.  저를 보며 돈도 많이 버는 '사'자 직업인데, 뭘 그리 아끼고 모으냐고 의아해하는 지인들도 있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은 (저희 부모님을 포함해서) 그 정도 벌면, 더 꾸미고 비싼 라이프 스타일을 사는데 소비해도 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느끼는 즐거움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행이나 경험에 돈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 외에는 저는 돈을 쓰는 것보다 버는 것에서 오는 성취감이나 즐거움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많은 자산가들이 말하는 경제적 자유를 얻는 날까지 돈을 모아서 투자하고, 노동을 하지 않아도 투자에서 들어오는 매달 수익이 노동에서 버는 수익보다 높아질 날까지 꾸준히 목표를 향해 전진할 것 같습니다 (로버트 키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서 나오는 콘셉트입니다). 그리고 이건 제가 아직 잘 못하고 있는 거지만,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금전적으로든 시간으로든 봉사하고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풍성하게 사는 삶이란 뭘까?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 판데믹으로 인하여 여행을 못 가서, 뭔가 삶의 한 부분이 무미건조하게 지나간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도 삶을 단조롭게 보내기 싫어서, 이런저런 것들을 하면서 보냈습니다. 다섯 가지의 일을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하였으며, 25권의 책을 정독했고, 다양한 투자 및 자기 계발 유튜브를 구독하였고, 갖가지 홈파티를 열었고, 다양한 요리들을 해보았으며, 72개의 블로그 포스트를 쓰고, 북클럽에 들어가서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나눴으며, 필라테스를 배우기 시작했고, 꾸준히 플래너를 기입했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제 삶이지만, 주어진 삶의 시간을 충분히 누릴려고 노력을 많이 하였습니다. 물론 낭비한 시간도 어마어마합니다. 이리저리 의미 없는 인터넷 사이트나 인스타그램 포스트에 낭비한 시간을 더하면 그 시간에 더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책을 몇 권이라도 더 읽고, 더 일해서 돈을 벌고, 더 의미 있는 걸 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후회가 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후회는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도움이 안 되고, 올해에 느끼고 배운 점들을 토대로 내년 2021년에는 조금 더 발전된 저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인스타나 페북에 올라오는 남들의 삶에 판단한 기준이 아닌, 2020년의 나, 한 달 전의 나, 어제의 나에 비해서 앞으로의 오늘을 더 최선을 다해서 살려고 노력하려 합니다. 이렇게 꾸준히 노력하고 개선하려는 삶을 산다면 10년, 20년, 30년, 40년 뒤의 삶은 더 풍성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사는 톡톡소피의 2020년도 12월 31일의 포스트-